[비영리스타트업 4기 후속지원 단체 소개① 스프링미] “힘든 상황을 잘 다루는 양육자가 자녀도 건강하게 키울 수 있어요”

2024.02.27

<2023 비영리스타트업 인큐베이팅사업 4기 후속지원> 끝을 맞이하며 참여 단체별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정기 지원 8개월, 후속지원 7개월의 긴 여정을 마치고 졸업을 앞둔 단체들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었을까요?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스프링미’입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인 저출생. 더 많은 아이들과 만나기 위해서는 양육자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노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이 고통스럽고 불행하게 느껴진다면, 아이를 낳고 키우기가 쉽지 않을 테니까요.

비영리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사업 4기 참가 팀이자, 곧 후속지원 과정 졸업을 앞둔 ‘스프링미’는 양육자가 육아를 하면서 경험하는 우울과 외로움의 늪에 홀로 빠지지 않도록 돕습니다. 양육자의 내면이 보다 단단해지도록, ‘회복탄력성’을 기반으로 만든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양육자가 보다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는 스프링미를 만났습니다.

 

양육자를 위한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나요?

실제로 육아우울증을 겪었던 저의 경험이 중요했어요. 아이 그리고 유치원 선생님들을 가르칠 때 느꼈던 교육효능감은 매우 높게 느꼈지만, 실제 제 아이를 기르면서 양육효능감은 낮았거든요.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유치원 교사로 일하던 중인 10여 년 전, 저희 반에 유독 속상한 일을 경험하면 그 상태가 오래 가는 친구가 있었어요. 어떻게 하면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가운데 ‘회복탄력성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지요. 회복탄력성은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대처하고, 스트레스에 잘 적응하며, 역경을 딛고 일어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말해요. 알면 알수록 아이들에게도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에 계속하여 관련 내용을 공부하면서 박사 논문도 관련된 주제로 작성하고, 유아를 위한 회복 탄력성 검사 도구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과 유치원/어린이집 교사들을 위한 교육을 꾸준히 진행하였는데, 막상 내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니 지금까지 제가 알고 가르친 대로 실천하기 어려운 거예요. 아이에게 짜증도 많이 내는 제 모습을 보며, 저를 교육학박사라고 주변에 밝히기도 부끄러웠고, 현실적 자아와 이상적 자아의 차이가 커지다 보니 많이 우울해 지기도 했어요. 이런 저의 경험을 통해 부모님들이 버럭 화를 내는 이유는 아이들에 대한 양육지식을 몰라서가 아니라, 자기 안에 에너지가 소진되었기 때문임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어요.

양육자의 마음이 건강하고, 어려움이 있어도 잘 극복할 수 있어야 아이도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고 믿기에, 비영리스타트업 인큐베이팅을 통해서 양육우울감을 느끼는 분들을 위한 회복탄력성 코칭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게 되었어요.

 

가끔 뉴스에서 양육자가 아이와 함께 가슴 아픈 선택을 시도하는 경우를 만나게 되잖아요. 육아 우울증과 관련된 사례를 최근 더 자주 접하게 되는 이유가 있을까요?

분명 잘못되고 하면 안 되는 행동하지만, 그렇게 행동하기까지 힘든 시간을 경험한 사람들의 마음은 어떠하였을지 안타깝게 느껴져요.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 조금이라도 이 분들을 지지하고 이해해주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었다면, 사전 예방이 가능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에 비해 육아 우울증이 증가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생각돼요.
우선 변화한 시대상을 무시할 수 없어요. 예전에는 아이에게 헌신하며 자녀의 성장에 함께 하는 것이 어머니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자신의 성장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시대잖아요.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며 많은 것을 배웠는데, 아이를 키우는 시간에는 그것을 활용하지 못하고 정체되었다는 기분이 드는 거죠. 과거에는 마치 공동육아와 비슷하게 마을/동네가 함께 아이를 돌보기도 했지만, 지금은 기본적으로 서로가 단절되고 분리되어 있으니 마음을 나눌 사람들을 만나기도 어렵고요.

SNS의 활성화도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는 SNS 피드에서 명품 베넷저고리를 보기도 했는데, 이렇게 서로의 행복을 과시하는 용도로 사용되면서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불행을 느끼는 거죠. 실제로 출생율이 떨어지면서 아이들의 숫자는 줄어들었지만, 우리 아이에게는 더 좋은 것을 제공해야 한다는 분위기로 인해 육아용품 구매비용은 더 증가하였죠. 이렇게 비교가 일상화되다보니 더욱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예전에 비해 심리상담이 많이 일상화되었고, 편견도 줄어들었잖아요. 양육자들이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과거와 비교해서 증가하였다고 해도, 센터나 병원에서 관련 검사를 받는 비용이 꽤 들어요. 상담까지 받으면 금액은 더 비싸지고요. 아이에게 많은 시간과 돈을 쏟아야 하는 상황에서, 쉽게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어머니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러다보니 상당수의 부모들이 우울증이 상당히 심해진 상태가 되어서야만 상담을 받고 있어요.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 미리 예방할 수 있도록, 일상생활의 습관 형성과 훈련을 통해 긍정적 에너지를 얻었으면 좋겠어서 양육자 회복탄력성 코칭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스프링미의 프로그램은 전달식 강의보다는, 참여와 실천 기반으로 이루어집니다. 비슷한 경험을 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나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게 아니구나’, ‘내가 잘못된 게 아니구나’ 느끼며 위로를 받습니다. 코칭과 함께 매일매일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간단한 미션을 진행하며 건강한 습관을 키우고, 핸드폰 배터리를 확인하듯이 자신의 에너지를 점검하도록 돕습니다.

 

스프링미를 통해 어떤 활동들을 하셨나요?

작년 봄, 동락가에서 진행된 비영리스타트업 성과공유회(스테이지알파)에 참석했던 세령재단이 관심있게 바라봐 주셔서, ‘가정폭력피해 모자 가정’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온라인/오프라인을 병행하며 진행했어요. 기존에는 이 분들을 위한 직업교육을 진행했었는데, 힘든 상황을 겪으신 분들께 더 필요한 부분은 회복탄력성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셔서 저희한테 제안주신거죠.
보통 습관 형성에는 21일, 습관이 체화되는데 100일 정도 걸린다고 이야기해요. 참여자 분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처음 제안보다 장기간의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말씀 드렸는데, 재단에서도 감사하게 동의해주셔서 12주간 진행될 수 있어요.

12번의 모임뿐만 아니라 ‘매일매일 활력미션’이라고, 저희가 드린 간단한 미션을 수행하고 체크리스트를 기록하며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어요. 처음에는 대부분 표정이 어두우셨는데, 모임이 지속되면서 점차 밝아지시는 모습을 보고 저희도 힘이 났아요.

 

참여하신 분들은 주로 양육자 중 어머니 같은데, 아버지들이 많이 참여하신 프로그램도 있었나요?

작년 연말 세종시청년센터 주최로 ‘엄빠 교육’이라고, 세종시에 거주하는 청년 엄마/아빠들을 대상으로 회복탄력성 코칭을 진행했는데, 절반 정도가 남성 분이어요. 그 프로그램에서도 상당히 높은 만족도를 받았죠.

그 외 남성 육아휴직자 분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준비한 적도 있었는데, 아쉽게도 참여자들이 많지 않았어요. 원인이 무엇일지 내부 회의도 하였는데, 아무래도 저희 주 홍보방식이 아빠들에게 닿지 않았던 점도 있고 여성들은 자신의 마음을 오픈해서 이야기하는데 보다 익숙하지만, 남성들은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을 아직 어색해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들에게도 중요한 내용이기에, 참여를 더욱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해요.

 

프로그램이 전달식 강의보다는 소통과 실천 중심으로 코칭이 진행된다고 했는데, 주로 어떻게 진행되나요?

검사지를 기반으로 회복탄력성과 양육스트레스 검사도 하고요, 활력미션을 매일매일 진행하면서 참여자들이 일상에서 행복감과 성취감을 느끼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회복탄력성이 크게 신체/정서/정신/영성 4가지 영역으로 이루어지는데, 각각의 영역과 관련된 일상 속 작은 활동을 통해 스스로의 에너지를 점검하고 확인할 수 있도록이요.

▼스프링미에서 제공하는 회복탄력성 교육 모듈(출처: 스프링미 홈페이지)

 

스프링미라는 단체명은 작년 하반기부터 사용했다고 들었는데, 지금까지 하셨던 활동과 가치들이 단체명에 응축되어서 들어간 듯 해요.

작년 여름부터 함께 한 사무국장님과 대화를 나누던 중에 만든 이름이에요. 봄, 샘물, 용수철 같은 튀어오름 등 다양한 의미로 다가올 수 있고, 회복탄력성이 주는 느낌과도 잘 어올리고요. 어딘가에 갖혀있고 억눌려서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을 도울 수 있기를, ‘내’ 안에서 즐거움과 기쁨과 생기가 넘치길 희망하는 마음에서 만든 이름이지요.

 

양육자의 회복탄력성 외에도 스프링미가 관심을 가진 분야는 무엇이 있나요?

사무국장님은 기존에 진로코칭 활동을 주로 하였어요. 저희 둘 모두 유아교육을 전공해서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사무국장님이 ‘양육자를 위한 진로코칭’을 어떻게 진행할지 고민하던 중 저를 만나게 되었지요. 그런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저희 둘 모두 사람을 살리는 것, 삶을 살리는 것에 관심이 많다는 공통점을 발견했고, 함께 하면 시너지가 나겠다는 마음으로 향후에는 진로코칭도 함께 하려 해요.

실제로 양육자 중에도 20~30대 까지 활발히 일하시다가 출산 후 일을 그만 둔 후, 다시 일을 하고 싶지만 경력이 중단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시는 분이 많거든요. 이 분들에게 진로코칭도 함께 제공이 된다면, 많이 도움이 되리라고 느꼈어요.

 

스프링미가 바라는 모습, 스프링미를 통해 만들고 싶은 모습은 무엇일까요?

2023년 비영리스타트업 성과공유회(스테이지알파) 때 3년 안에 5천 명의 양육자들을 만나서 회복탄력성을 전하겠다고 목표를 삼았으니, 1년 안에 천 명 이상은 만나야 되겠네요. 양육자들을 중심으로 회복탄력성 코칭과 진로코칭 교육 프로로그램을 더욱 확대하려고 계획 중에 있습니다. 단체를 잘 소개할 수 있는 홈페이지도 곧 오픈 예정이고, 참여자 특성별(양육자/청년 등)로 지금까지 함께 했던 사람들이 모인 오픈채팅방도 만들려고 해요. 습관이 체화되기 위해서는 100일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회복탄력성 프로그램에 참여하였어도 그 마음과 태도를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훈련해야 하잖아요.

장기적으로는 양육자들을 위한 센터도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센터도 교육자와 학습자가 명확히 구분되는 방식보다는, 양육자들이 찾아와서 자신의 에너지를 채우는 여러 활동들에 참여하고, 회복탄력성이나 진로코칭 등의 강의도 종종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요. 특별히 바라는 점은 양육자들이 서로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경유하는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 거에요. 프로그램을 하다보면 참으로 재능있는 참여자 분들이 많은데, 그 분들이 스스로 강사가 된다면 다른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가 참 많거든요.

힘들고 지친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더욱 아름답게 피어오르는데 기여하고 싶어요. 저출생/우울감/외로움 등이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주제로 떠오르고 있잖아요. 우울감이 심각해지기 전에, 일상의 흐름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실천하기를 바래요. 회복 탄력성과 진로 코칭을 통해서 내면의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동시에, 타인의 내면 또한 공감하고 위로해 줄 수 있는 함께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목록보기